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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10 가위 (1)

가위

Journal/BlahBlah 2007/12/10 01:57

낮잠자다가 오랜만에 가위에 눌려봤다.

모든 근육에 쥐가 나는 느낌과 동시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확실히 좋은 느낌은 아니다.

서머세션때 이후로 오랜만에 눌려보는 가위라 한 3초 당황했지만 가위가 무엇인지 알고있었기 때문에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만약 아직도 가위눌림이 초자연적 현상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으면 이 글을 읽어보길 바란다.

사람이 잠을 자면 몸이 저절로 마비가 된다. 만약 마비가 되지 않는다면 꿈속에서 말하고 몸짓하는 등등의 모든 행동이 자면서 그대로 나와버리게 되므로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를 전문용어로 "수면마비"라 부른다.

가위에 눌렸다는 것은 이 "수면마비" 도중에 잠이 깬 상태를 말한다. 다시 말해, 몸은 자고 있기 때문에 마비가 되어있는 도중에 정신만 깨어버린 것이다.

이 때 명심해야 할 것은 "몸은 아직 자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의 몸은 우리가 보통 연상할 수 있는 몸뚱이 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눈과 뇌 등등 모든 부위를 포함한다.


다시 말해, 가위에 눌려있는 도중에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몸에 느껴지는 모든 것은 꿈 속에서 만들어진 가짜라는 것이다.


가위에 눌리는 도중에 귀신이 보인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자신이 수면마비때문에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것을 뇌가 이해하지 못하여 꿈속에서 그 현상이 이해가 되는 상황을 만들어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귀신이 자신의 몸을 눌러서 꼼짝도 못하게 만드는 환영을 뇌에서 만들어낸 것이다.

이걸 알고있는 사람(예를 들면 나)들에게는 "귀신"이 보이지 않는다. 그 현상이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몸을 움직일 수 있을까? 수면마비 때문에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인지하는 범위에서는" 움직일 수 있다.

이것이 무슨 뜻이냐. 아까 말했던 "몸은 아직 자고 있다"를 다시한번 되씹어보자. 몸이 자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이 가짜라고 아까 말했었다. 다시 말해, 좀 이상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가위 눌리는 도중에는 우리의 몸뚱이 자체도 가짜라는 것이다.

꿈속의 환영은 뇌가 만들어낸다. 그리고 뇌는 생각을 하여 조종할 수 있다. 가위에 눌린 상태로 팔을 들어올리려면? '팔이 올라간다' 고 생각하면 된다. 이 때 생각하는 도중에 아무런 의심이 없어야 한다. 물론 자기가 아무것도 안하고 생각만 한다고 해서 팔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꿈속에서는 된다. 당연하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

팔 올리는 일 뿐인가. 모든 것이 가능하다. 심지어 실제로 일어날 수 없는 일도 할 수 있다. 꿈속이니까.
침대 밑으로 꺼질 수도 있고, 공중부양도 가능하고, 벽을 뚫고 갈 수도 있다. 손가락을 7개로 만들 수도 있고, 염력 등 각종 초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평소 만나보고 싶었던 연예인이나 만화 캐릭터를 소환할 수도 있다.

근데 슬픈건,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무리 봐도 생각하는것과 행동하는 것을 동일시 하는것은 우리가 평소에 해보지 않았던 일이라 굉장히 어렵다. 나의 경우도 가위눌리는 도중에 몸을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몸을 움직이는 것과 헷갈리는 바람에 결국 침대 밑으로 내려와보지도 못하고 잠에서 깨었다.

수 개월간의 수련을 하고 나면 꿈을 꾸는 도중에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고 인지하며(전문 용어로 '자각몽(lucid dream)'이라고 한다), 자신과 주변의 모든 상황을 완전히 컨트롤 할 수 있다고 한다. 난 아직 그렇게는 못하겠더라. 아직도 두달에 세번정도만 자각몽을 경험한다. 가위는 살면서 네 번 정도밖에 안눌려봤고, 그 중 나의 의지로 가위 눌린 적은 딱 한번 뿐이다.

나도 대학지원이 모두 끝나고 한가해지면 수련을 시작할 예정이다.


가위눌림에 대한 여러분의 두려움이 사라졌기를 바라며.. -_-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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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onid